2007. 8. 1(수) 이탈리아 / 로마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을 뒤로하고 드디어 피렌체로 떠나는 날, 3조가 수고해준 아침의 간단한 식사와 함께 짐정리를 했다.
여전히 새벽에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침이 해가 뜨니 피부를 파고들 것 같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맑은 날씨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잘 경험하기 힘든 날씨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습하지 않은(적어도 해가 없을때는) 이곳의 날씨가 참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살인적인 습기를 느껴야 했기 때문에 그곳의 기후가 더 기억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짐을 모두 차에 싣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드디어 피렌체로 출발했다.
우리의 여행동안 발이 되어주고 있는 푸조 밴을 타고 드디어 첫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되었다. 도로를 타고 달리는 동안 그동안 이야기가 많이 없었던 아이들과도 점점 말이 트고 조금씩 친밀감이 싹트는것이 느껴졌다. 아... 표현이 왜이래... 토나와~
여튼,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다시 피렌체로 향했다.
이곳의 휴게소는 우리나라처럼 양쪽에 있지 않고 2층에 자리잡아서 양방향 운전자들이 한곳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유럽의 휴게소가 다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의 기억 포인트는 난간 없는 2층 침대였다. 잠버릇 고약한 사람은 자다가 떨어져서 여행 수틀리기 딱 좋은 높이의 2층 침대였는데, 헌민이와 내가 2층에서 잤던 것으로 기억한다. 준석이도였나?
2007. 8. 1(수) 이탈리아 / 피렌체
어쨌든 숙소에 짐을 풀고 드디어 피렌체 시내로 나가게 된 우리.
첫 느낌은...
아니 여긴 뭐 사람도 안사나? 였다. 처음에는 생각외로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장사하는 곳도 별로 없는데다가 일반 주택은 죄다 문이 닫혀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틀린 생각이었다. 공사중인 피티 궁전을 지나 베키오 다리쪽으로 이동하자 어디서부터인지 알수없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피렌체. 이때부터였다. 4차 전원이 모두 같이 움직였던 것은. 아~ 안타깝게도 여기서 4조는 떨어졌다.
베키오 다리에서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4조가 없어졌는데, 먼저 이동했다는 소리를 듣고 4조를 버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_-
들어가면서부터 빡센 소지품검사에 긴 줄이 섰지만, 나름대로 잘 참고 지나오는동안 웬 동양인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걸었는데 알고보니 중국 청화대 교수인데 고려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나?
이때 지인이의 화려한 중국어 실력이 잠깐 나왔었다. 나중에 귀국길에 진짜 입 딱벌어지는 중국어 회화를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여튼 어학연수는 괜히 갔다오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여튼, 왠지 모르게 의욕이 앞서서 온갖 물품을 보느라 상당한 시간을 베키오 궁에 투자한 우리는 나중에 흩어져버려서 서로 어디갔는지 찾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어쨌든 무사히 만나서 다음 목적지인 두오모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그나저나 이 궁전에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제니오 델라 빅토리아 라는 작품이 있다던데, 그게 뭔지 결국 끝까지 못보고 나왔다. 그게 뭐지????????
이동중의 에피소드. 웬 취한 이탈리안 남자 하나가 나타나서는 뭉게구름 식구들에게 꽤나 찝적댔는데 아가씨들은 뭐가 좋은지 그냥 좋다고 깔깔대더라~
[사진의 오른쪽 구석의 선글라스가 문제의 이탈리안. 그나저나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좋아??? :)]
그러던 중 코너를 돌아 나타난 두오모 대성당의 위용에 우리 모두는 '우아~' 하는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는데 대략 10분가량 그곳에서 서성대며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왜그랬지?
자신이 우리의 친구라고 우겨대던 이탈리안 아저씨를 바이바이하고 보낸 후 성당을 돌아 쿠폴라를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섰다.
그리고, 나와 민우는 쿠폴라 등반 2일차. 베드로 대성당보다는 낮았지만 만만치 않았다. -_-
[두오모 쿠폴라의 좁아터진 이동통로. 이건 뭐 수용소도 아니고...]
여기서부터 우리 2조 어린이들 민지, 인경이의 활약이 눈부셨다. 꼭대기에 앉아서 전경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던 동규에게 '데이트 할때 어디가요??' 부터 시작된 난감한 질문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개그대사로 다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조금 더 민지와 인경이가 말을 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쿠폴라 위에서 본 시내 전경]
그나저나 쿠폴라 위에서 자신들을 검은구름이라고 소개하는 낙서가 하나 있었는데 뭉게구름하고 무슨 라이벌 관계인가싶었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꽤나 여러곳에서 눈에 띄어 기억에 남는다.
여튼 한국어로 된 낙서가 꽤 많았는데 좀 지양해줬으면 싶었다. 너무 창피해서..............
그리고 저녁때가 다 되어 쿠폴라를 내려와 중앙시장을 관통하며 각자 쇼핑을 하고 길 끝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들 흩어졌었다. 다같이 다니다가 이 근방에서 몇시 몇분까지 뭐 하고 모여~ 하는식의 모이는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해서 다니던 곳도 아마 이곳 피렌체의 중앙시장이었을거다.
이상하게도 오후 7시정도 됐는데 시장이 철수를 하고 있는걸 보고 당황했는데, 유럽 여행 내내 저녁되면 사람들이 일을 안하려고 하는걸 익숙하게 봐와서 그런지 후반에는 그러려니 했다.
중앙시장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기차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 한 후, 모두 숙소로 돌아왔다.
지금와서 느끼는거지만, 그때는 왠지 우리가 엄청 여행을 오래하고 같이 다녔던 사람같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4차 모두가 다같이 다니는 여행이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찰칵!]
숙소로 돌아와 로마와 다르게 이곳이 상당히 무덥다는 걸 알았지만, 어찌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돌아오면서 사왔던 와인을 마셨다!
18명이 떠드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 미안하기도 했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이해해줬을꺼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보다 깨는 이야기의 주인공 선주의 ㄸ얘기도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이야기가 깊어지며 여자아이들의 빨래시간 또한 길어졌다. -_- 세탁기가 아무리 돌아가도 시간이 줄어들지를 않아서 결국 빨래들은 실패했고 다음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한 후 잠을 청했다.
내일은 베네치아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난간없는 2층 침대에서 자는거 꽤나 신경쓰였다. 잠버릇이 없어서 망정이지;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는데 떨어질뻔해서 식겁했다.
2007. 8. 2(목) 이탈리아 / 피렌체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빵으로 식사를 때우고 또다시 베네치아를 향해 출발했다. 유스호스텔의 분위기는 이런거구나~ 하고 느꼈던 것도 하루. 전날 못갔던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가서 잠시 사진 몇방 찍어주고 여기도 있었던 모조 다비드상을 뒤로 했다.
[미켈란젤로 광장. 어김없이 오타쿠 손짓 보여주는 인경이와 민지. 저게 뭐야 대체;;?]
또다시 베네치아로 이동을 하기위해 차에 올랐고 의외로 좀 막혀주는 이탈리아의 도로에 약간 생소함을 느끼며(지금까지 길이 막혔던 적이 없기에) 몇시간의 이동 후 드디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2007. 8. 2(목) 이탈리아 /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특이점은 리도섬에서의 해수욕. 이었다. 전날 성수형의 해변 이야기로 기대감이 고조된 우리 모두는 어서 빨리 리도섬의 해변으로 가보고 싶었다. 아.. 남자들만이었나? 어쨌든.
베네치아의 수상버스 선착장에서 수상버스 1일권을 구입한 후 수상버스로 이동하면서 정말 이곳이 베네치아로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바로 건물과 바로 맞닿아있는 수면에서였다.
어쨌든, 이상하게 물 속에서 사람을 집어던지는 놀이를 한참을 했는데 그곳의 꼬마 하나가 재밌어 보였는지 자기도 집어던져달라고 하더라. 소원대로 힘껏 집어던져줬는데 애가 머리부터 바다에 꽂히길래 죽는거 아닌가 싶긴 했지만; 즐거워 하는걸 보니 그냥마냥 재밌었나보다.
그리고 성수형이 너무 기대감을 불어넣어주신 탓일까? 그냥 뭐 오히려 우리나라의 해변보다 눈이 즐겁지 않았던 해변이었다.
[다정한 박남매]
나중에 개강하고나서도 다른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올 여름에 바다 갔다왔어??'
'응~'
'어디? 동해? 서해?'
'아니, 지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