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 (feat. 기오팀장님 유럽 크리스마스)

이름 이윤성 이메일





 

폰으로 후기를 쓰기가 참 힘드네요. 어제 열심히 썼다가 사진첨부시도끝에 글이 폭파되었고 

사진도... 구글포토에 다 저장되어있는줄 알고 지웠는데 알고보니 저장이 안되고 있었다는... 

인스타에 올린 사진 추출해서 다시 쓰고 있어요.  그럼 후기 시작합니다.

 

기오팀장님이 말씀하신 인생은 여행이란말을 저도 공감하고 있어서 살면서 굳이 여행을 가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고 그것이 다 여행인데 시간들여 돈들여 고생을 사서하냐...는 염세적인 마인드였죠.

 

그러다 몇년간 고생하며 준비하던 다음 스텝이 결정되었고 불운인지 행운인지 그 사이 공백기간이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기간동안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고 십중팔구는 여행, 그중에서도 유럽여행을 꼽았습니다.

 

대학다닐때도 굳이...라는 귀차니즘으로 넘겼던 유럽... 드디어 나와 인연이 닿나? 생각하는순간 비행기부터

여행일정 숙소 여행지간 교통수단 등 준비해아할 게 마치 또다른 공부처럼, 의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여기트래블입니다.

 

"갈 곳과 기간만 정해. 비행기도 숙소도, 그리고 버스도 준비해서 이동할 때 다 태워줄테니 넌 유럽구경할 준비만 해."

라고 저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고민끝에 최종결정을 내리고 드디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런던, 스트라스부르, 인터라켄, 베른, 루체른, 뮌헨, 프라하,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주요도시들을 조금씩 맛보고 경험해봤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도시는 역시 파리입니다.

 

사실 파리의 첫인상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도착하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마주친 소위 "파리지앵"들의 표정은 전혀 우리를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고 뭔가 다들 화가 나있는 표정에 설상가상으로 버스에 탑승하고 기다리는데 밖에선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게다가, 이미지완 다르게 화창했던 런던에 비해 첫날부터 우중충한 날씨는 파리여행이 끝날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멜랑꼴리' 란 단어가 왜 프랑스어인지 확 와닿는... 대체 어디가 매력적이란거야!!! 라고 따지고 싶어질 정도였어요.

알고보니 총파업으로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이고 미술관이나 박물관까지도 관람에 제약을 받는 도시전체가 마비에 가까운

진통을 겪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새해가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걸로 알고있어요.

 

그렇게 최악의 첫인상을 간직한 채, 다음날 아무기대감없이 몽마르뜨르언덕을 갔는데 회색빛 파리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때부터 이미 파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피카소와 고흐 등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들어봤을만한 예술가들이 들락날락했던 몽마르뜨르 뒷골목에서

1800년대 후반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한잔 하면서 혹시 고흐도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을까히는

상상도 해보고 그뒤 가기로 한 전시회장을 주소를 잘못찍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어 계획에 없던 전동킥보드를

두시간넘게 타면서 파리 골목 곳곳을 누비며 느꼈던 감정들, 오르세미술관에서 고흐의 별의빛나는 밤을 

Starry starry night으로 시작하는 고흐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인 빈센트를 무한반복하며 1시간동안 봤던 기억

에펠탑과 개선문, 샹젤리제거리, 세느강이 한눈에 보이는, 친구가 추천해준 야경맛집 쁘랭땅백화점 옥상에서 하염없이

보던 일몰과 야경 (사진은 날려먹어서 첨부 못했어요.ㅠ)

아. 그리고 파리 마지막날 오후에 파업으로 스케쥴이 꼬여서 오르세박물관에서부터 에펠탑까지 

비맞으며 무작정 걸어가서 밤이 되어야 도착해 볼 수 있었던, 아마 역대급으로 사람이 없었을 한적한 에펠탑 앞 풍경까지

 

불편함이 가져다 준 선물과도 같은 시간들을 파리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인생은 여행이다란 말을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버텨내고 부정적인 상황을 맞서고 대처해야 하는 날들이 더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고통의 시간들,불편했던 시간들을 어떻게든 이겨내자란 마음이 앞섰다면

파리에서의 아름다웠던 여행을 통해 그런 시간조차, 그런 인생조차 예술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갑니다.

 

최연장자인 저에게 형,오빠라 불러주며 먼저 다가와주고 함께해준 반짝반짝 빛나는 40분의 여행메이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특별히 세심하게 챙겨준 우리 한기오팀장님께 수고하셨고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어쩌면 조금 따분할지도 모를 인생여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유럽갔을땐 첫날부터 시차적응을 잘 해서 별 걱정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 여전히 유럽시간으로 살고 있는 저를

마주하네요. 이 후기를 올려야 비로소 유럽을 놔줄 수 있을 거 같아 몇번의 실패끝에 다시한번 이악물고 

마침표를 찍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또다른 모습으로 더 멋진 트래블러로 다시 만나요. 

우리의 인생은 길고 여행은 계속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