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쉽지만은 않은 여행이었다. 금방이라도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는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우리의 삶에 깊게 침투해있었고 첫 스페인 여행을 꿈꾸고 있었던 나는 여기트래블을 통해 여행을 신청해놓고 기대감 반 불안감 반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비교해보면 나의 경우는 그나마 수월한 편이었다. 미국에서 출발해 스페인 현지에서 합류하여 여행을 마친 후 돌아올 곳도 미국이었기에 자가격리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덜하였다. 하지만 12월 재개된 한국의 자가격리 규정은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여행을 취소하게 만드는 충분한 사유가 되었고 나 또한 오미크론의 확산세에 지레 겁을 먹어 취소를 할까 수차례 고민하였다. (자가격리가 없다 해도 귀국 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미국으로의 입국이 거부되기 때문이다) 여기트래블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방역 수칙, 야외 위주로 구성한 일정, 더 나아가 현지에서 감염되었을 시 치료와 격리기간 동안 머무를 숙소에 대한 대비책까지, 끊임없는 소통은 여기트래블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었다. 그렇게 나는 첫 스페인 여행에 대한 설렘을 간직한 채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 날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내 비행기가 한시간 가량 연착된 것이다. 내 여정은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보다 두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는 비행이었기에 김흥석 팀장님은 나를 우선 공항에서 픽업한 후 스페인 여행 전반에 걸쳐 이용할 미니밴을 렌트하여 이후에 도착하는 한국팀을 픽업하는 계획을 짜셨던 듯 했다. 하지만 내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미니밴 렌탈까지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한국팀 픽업이 일정보다 30분정도 늦어졌다. 나도 계속된 기다림과 한시라도 빨리 스페인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는 조바심에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팀장님은 그동안의 인솔 경력과 노련함으로 침착하게 무사히 우리 모두를 픽업하여 마드리드 호텔로 이동함으로 스페인 여행은 시작되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마드리드, 한편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해주었던 톨레도, 이슬람 사원의 흔적이 가득한 아름다운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과 가우디의 건축물이 살아 숨쉬는 바르셀로나 모두 각자의 매력을 고이 간직한 스페인의 도시들이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세비야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거리마다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세비야의 오렌지 나무는 1월 겨울의 모습과는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따뜻한 햇빛과 잘 어우러졌다. 도시의 작은 동네 가게에서 오렌지 나무의 꽃에서 채취한 꿀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여행을 추억하며 마시는 차에 한스푼 넣어주니 세비야 거리의 풍경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다. 스페인 어디를 가던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 팀장님과 따로 또 같이 도시들을 누비며 여행한 그룹원들의 모습 또한 생생하다.
팀장님의 인솔 능력은 어디를 가도 빛이 났다. 우리는 6인의 소규모 그룹이었기에 버스 대절이 아닌 미니밴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이럴수가, 우리가 이용한 미니밴이 수동변속기 차량이었다. 수동변속기는 고속도로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시내 운전은 수동변속기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귀찮기 마련이다. 까딱하면 시동도 자주 꺼진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꽤나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차량으로 실수 없이 모든 목적지에서 인접한 주차장을 이용해 우리를 수월하게 내려다주고 픽업하는 능력은 분명 오랜 기간의 인솔 경험 덕분이 아니라면 난이도가 상당한 작업이다. 도시간 이동을 할 때에도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네시간 정도를 미니밴으로 이동하였는데 (나는 장거리 운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능력은 컨디션 조절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곤한 몸을 기대어 자고 있는 와중에도 안전한 운전으로 제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우리를 데려다주는 일은 결코 얕볼 수 없는 인솔 능력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스페인의 여러 도시에서의 자유여행에만 집중하고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팀장님의 유쾌함도 여행에 재미를 더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말이 조금 많긴 하셨지만, 이 또한 인솔에 대한 열정의 일부라 생각한다. 팀장님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와 그동안의 인솔 경험에서의 에피소드, 또 그날 있었던 우리의 여행 이야기는 긴 하루의 끝에 저녁 식사와 스페인산 와인에 레몬 환타를 섞은 ‘띤또 데 베라노’의 와인잔을 서로 맞부딪히며 나누는 안주거리로는 더할나위없었다.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이야기야말로 술자리 최고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전반적으로 모두 만족스러웠다. 클래미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숙소가 4성급의 호텔로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유럽의 호텔에 대한 이미지를 싹 바꾸어주었다. 그라나다에서의 숙소가 다른 곳보다는 조금 낡았지만 위치가 좋았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각 호텔의 분위기 또한 최대한 다른 느낌으로 잘 골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드리드와 세비야에서는 모던한 느낌의 신축 건물이었다면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에서의 숙소는 클래식한 멋이 있는 고풍스러운 호텔이었다. 바르셀로나 호텔 로비의 향기는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아직도 내 코를 간지럽힌다. 위치, 숙소 환경, 조식을 모두 고려한 여기트래블 팀의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네 도시에서의 숙소 모두 마트와 인접해 도착해서 필요한 물건(주로 물)들을 사기 수월하였고 룸메이트 또한 공정하게 한번씩 돌아가면서 배정해 그룹 안에서 서로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방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스페인 사람들은 실내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녔다. 우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또한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손소독제와 식사 전 깨끗하게 손씻기로 방역에 철저한 노력을 하였기에 우리 모두 귀국 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무사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성과는 여기트래블 팀만 잘 준비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룹 모두가 각자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는 공동의 노력이 있었기에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힘써준 그룹원들에게도 참으로 고맙다.
지금도 오미크론의 확산세와 돌아온 후 자가격리 규정 때문에 여행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트래블을 통한 여행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도 이런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고 많은 추억이 있었던 여행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페인 각 도시의 멋있는 장소에서 그룹원들이 열심히 찍어준 수많은 인생샷들은 뜻깊은 경험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2,30대 청춘에 학업에 대한 걱정, 취직과 이직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많은 친구들이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으면 좋겠다. 여기트래블과 함께한 여행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