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차 스위스 후기! with 혜리팀장님

이름 윤혜진 이메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소중했던 추억들, 더 또렷이 남게 하기 위해 정리 해본다:) 그것도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 후기를 올리려니 아차 싶다. 직업 괜히 말했다. 전문직인 나보다 일찍 후기 올린 저 양반들이 글을 더 잘 썼다. 망했다. 그냥 편하게, 봐주세요 ㅎㅎ *)

 


 

 

1. 여행 가게 된 계기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같이 가는 여행에 크게 관심 있는 편은 아니었다. 매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머리 정리하고자 떠나는 여행에서조차 타인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짐 하나 대충 싸서 훌쩍 떠나는 나에게 있어 이번 여행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내가 유럽 여행을?;;;;, 그것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괜찮나......

 

평상시 여행 스타일과는 상반된 계획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뭐, 한편으로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2030대 또래분들이고, 또 처음 가는 낯선 이국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가는 게 나쁘지 않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스위스 여행을 택했다. ', 일주일 여행이니 일주일 전국 여행하던 대로 싸면 되겠지' 생각과 함께 18인치 캐리어에  엉망진창 짐을 싸며.

 

2. 공항에서의 출발 & 취리히

 

공항에서 처음으로 같은 조 조원을 만났다. 워낙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미리 번호를 주고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못 해본 상황이었다.

 

머쓱함도 잠시, 성격 좋은 조원 분 덕에 금방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 마침 조원분이 가장 먹고 싶은 과일이 납작 복숭아란다. 나이스, 나랑 생각이 똑같다! 나 역시 유럽에 가면 고 납작하니 엄청 달다던 복숭아가 너무 궁금했기에 듣자마자 흥이 오르고 말았다.

 

마트 가서 싹쓸이 하자, 마트들만 가면 무조건 먹자는 막무가내 제안에도 조원분은 사람 좋게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스위스 여행 인복이 터졌음을 알리는 첫 시작이었다.

 

같은 조 몇 분과 함께 취리히로 향했다. 그렇게 취리히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멀고 먼 여정길, 내 앞에 입국 심사 하던 한국인 소녀들(), 지친 얼굴로 지나가던 대학생들 모두 여기 트래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 다 같은 여기 트래블이었구나. 신기하다. 다들 늦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바로 자겠지? 나 지금 다리가 다 후들후들 떨리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딱 봐서 어린 친구들 두 명이 말을 걸었다. 함께 케밥을 먹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같이 먹자고 말씀드렸다. 케밥 먹자마자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와 달리 건강하고 해맑고 어린 친구들과 과연 밥만 먹고 헤어지겠냐는 추측을 그 때 했어야 했다. 후후..

 

 


 

  

그렇게 잠깐 정신 차리니 어느새 트랩을 타고 취리히 정중앙으로 가고 있었다. 나와 함께 막 스위스에 왔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이 난 어린 조원들에 낀 채.

 

으잉? 나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저 친구들이야 2123살 청춘들이니 노는 게 맞다지만 너는 서른인데......? 골병 들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대로 잠에 들기엔 취리히 야경은 참 근사했고, 함께 걸은 사람들 역시 밝고 친절했으니까. 육체적 체력은 체력이고, 신나는 건 신나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함께 취리히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날은 달이 참 밝게 뜬 밤이었는데, 큰 달이 아래 흐르는 강물과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고풍스러운 건물들도, 거리를 쏘다니는 젊은 사람들도 보기 재미있었다.

 

첫 유럽 도시 풍경이 상당히 이색적이라 신기하다고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앞으로 다닐 여행이 점점 더 근사해질 거라고 감히 생각조차 못 한 채.

 

3.

 

 


 

사실 취리히는 내가 생각하던 스위스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만들어진 편견 속에서의 스위스는 자연 그 자체니까. 아름다운 산, 여러 종류의 꽃과 평화로운 양 떼들, 그리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정도....?

 

(* 취리히가 보통 조용한 도시라고 들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퍼레이드가 있었던 날이었다. 유럽 젊은이들은 이렇게 노는 구나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

 

리기산은 그런 내 상상 속의 스위스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산의 여왕이라고 불린다는 리기산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녹색의 산맥들이 펼쳐져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파란 호수가 보이는 풍경.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 나 스위스 왔구나.

 


 

 

그렇게 리기산을 걷다가 다 함께 내려가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스위스 전통 음식과 막걸리를 곁들여 먹었다. . 잘못 읽으신 게 아니다, 막걸리가 맞다. 열 몇 시간을 가야 접할 수 있는 먼 타국에서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게 된 것이다. 그것도 바나나 막걸리, 아주 달고 맛있게.

 

리기산 풍경을 감상하며 감자전을 생각나게 하는 전통음식 막걸리를 마시니 세상 행복했다. 그 흥으로 자유시간에도 걷고 또 걸었다. 여러 종류의 꽃들도 한 번 구경하고, 열린 라즈베리도 따보고. 그러다 목동 옷을 입은 스위스인들이 해바라기와 딜리아 등의 꽃으로 꾸민 소들과 함께하는 축제도 구경하고.

 


 

 

자연이 주는 감미로움에 휩싸인 채 리기산에서 루체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넓은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카펠교와 여러 클래식한 느낌의 건물들이 함께 어울려 우아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골목 안을 걸어 걸어가 보니 사자상이 우리를 맞이했다돌을 깎아 그토록 부드러 워보이는 갈기를 만들어내다니. 볼수록 돌이 아닌 실제 털 같아 감탄했다.

  

밤이 되고, 각자 자유시간을 가졌다. 어떤 분들은 펍에 가기도 또 어떤 분들은 스타벅스를 가시기도 했다. 나는 젤라또 하나를 사서 루체른 호수를 한참이고 구경했다. 물 아래 비치는 불빛들을 구경하고, 이름 모를 새와 오리 등이 떠다니는 걸 바라보며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였으면 괜히 위축되어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친절하신 조원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때의 밤을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4.

 

루체른에서 조식을 먹었다. 호수가 훤히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며 식사할 생각에 벌써 심장이 뛰었다. 흥이 너무 난 나머지 컵도 없이 카푸치노 버튼을 눌렀다. 갈색 커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거품이 뚝뚝 떨어지고...... 일하시는 분이랑 나랑 그 장관을 멍하니 보다가 동시에 빵 터졌다. 너무 피곤해서 제정신이 아닌가 보라고 했더니 괜찮다며 직접 카푸치노를 만들어주셨다 ㅎㅎ 친절하신 분..

 

  

 

호수를 구경하며 맛있게 조식을 먹고 난 뒤 이동한 곳은 베른! 스위스의 수도 베른은 내리자마자 웃음부터 나왔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집들, 저 멀리 보이는 시계탑과 연방궁전, 그 주위를 한데 감싸고 있는 아주 새파란 강물. 장미 공원에서 그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베른 너무 좋아! 나도 베른에서 살고 싶어. 아인슈타인처럼 어느 집의 다락방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자전거를 타고 푸른 강을 따라 걸어가 보고, 때로는 수영을 하고. 그러면서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말이다. 어느 유럽 소설의 한 장면 같은 도시 풍경에 온갖 상상이 그려졌다.(그런 내 횡설수설 상상 이야기를 착하게 웃으시며 들어준 조원분들. 감사합니다!)

 

자유시간 동안 우리는 베른 여기저기를 걸은 뒤 점심을 가졌다. 더운 날 맥주 하나를 시켜 먹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도시 풍경을 구경하며 차가운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딱 내려가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11맥주 이상은 하게 된 나날의 시작이었다.

 

베른의 푸른 물을 끼고 파워에이드 같다, 저기서 배타고 싶다 등등 떠들며 걷다보니 어느새 자유시간이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나게 된 것은 바로바로~ 피르스트!!!


 

 

 

그렇지 않아도 피르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여행을 함께한 언니가 피르스트 사진을 미리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액티비티 활동이라니. 너무 좋아서 유튜브 영상까지 미리 다 찾아볼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도착하니 비가 온다는 거였다. 날씨 소식을 접하니 걱정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액티비티 활동 중에는 자전거 타기가 있는데, 나는 자전거를 썩 잘 타는 편이 못 되기 때문이었다. 날 좋아도 잘 자빠지는 내가 비오는 날 자전거를? 천천히 가면 괜찮을 거라는 주변 분들 말을 들으며 걱정을 안고 피르스트 액티비티에 참여했다.

 

결과는? 너무너무 좋았다! 걱정한 바와 달리 일단 비가 적게 내렸다. 덕분에 안개 낀 멋진 산을 구경하며 함께 정상서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자니 어느새 액티비티 차례가 되었다. 피르스트로 올라간 사람들은 다 두 종목을 택했다. 바이크와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비도 좀 오는 데다, 혹시라도 다칠까 봐 온 몸이 굳었기 때문이었다. 긴장 속에서 내려가는데 비가 소나기처럼 내렸다. 자연경관이 워낙에 멋져서 그럴까?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조차 아름다웠다. 은색 물들이 한 번에 떨어지면서 들판을 적시는데 언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나 싶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좋아, 너무 빨리 내려가지 말자. 천천히 쉬면서 가보자! 최대한 즐기며 가보자는 생각에 아무 집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하기도, 또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서 잠깐 멍을 때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나처럼 비를 피하던 한국인 가족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했다. 

(너무 힘들면 우리 차 렌트 했으니 같이 타고 내려가자던 아버님! 멋있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내려가는데 기적처럼 비가 그쳤다. 빗방울이 끊김과 동시에 먹구름 아래에서 노란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가뜩이나 젖은 들판이 태양에 반사되어 사방에서 빛나고, 젖은 집들의 지붕 역시 말갛게 반짝거리는데 와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한참 넋놓고 구경하다 자전거를 타고 속도를 내어 내려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개인 풍경을 지나치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피르스트 액티비티! 고민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선택하셨으면 좋겠다!

 


 

 

 

5.

 

피르스트 호텔에 묵으며 우리는 융프라우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패러글라이딩을 택하신 분들은 먼저 떠나고, 나머지 분들은 기차를 타고 천천히 출발하면 된다.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택하지 않기에 같은 분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액티비티를 제대로 즐긴 터라, 온 몸이 지쳐있었기에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여한이 없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한 친구들은 왜 안 했냐고 안타까워 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던 모양이니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용)

다른 조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열차를 타고 오순오순 시작되었다. 올라가는 속도는 아주 느리기에 우리는 스위스의 풍경을 아주 마음껏 구경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새하얀 설산이 눈앞에 드러났을 때는 모두 하나같이 탄성을 뱉게 되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융프라우의 경관을 구경하며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눈을 만져보며 시간을 보냈다. 고산병이라고 해야하나? 가끔 머리가 어지럽고 비틀거릴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물을 마시면 바로 사라졌다.(운이 좋은 편). 혹시 모르니 초콜렛과 물을 반드시 구비해두는 게 좋음을, 물을 미친 듯이 마시며 체감했다.

아무래도 여름 여행이라 해도, 계속 추운 곳에 있으니 몸이 차가워지고 절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그럴 때 구석으로 가 컵라면을 먹으니 세상 행복했다. 모두와 어깨 맞대고 모여 컵라면을 먹는데 왠지 웃음이 나고 좋았다. 다 같이 여행하는 즐거움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며 무얼 할까, 고민하는데 친구 한 명이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인터라켄 호수 쪽을 갈 거라는 말이었다. 알고 보니 스위스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게 호수였단다.

누군가가 그토록 원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다 싶었다. 얼릉 호수 갈 멤버를 모집하여 함께 호수로 갔다. 내가 올해 중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

기차를 타고 호수가 있는 기차역에 내렸다. 튠호수는 워낙에 크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작은 브리엔츠 호수로 향했다. 수국이 예쁘게 피어 있는 집을 구경하기도, 또 저 맞은 편에 위치한 배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아주 느리게 뚜벅이로.

 


 

 

그렇게 마주한 호수를 보자마자 입에서 미쳤다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말도 안 되게 예뻤다. 맑게 개인 하늘 아래 그림같은 산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 영롱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초록, 연두, 노랑, 파랑 온갖 색깔들이 한데 모여 반짝였다. 기름 물감인 유화로 매끄럽게 색칠된 듯, 어느 장인이 만들어낸 걸작을 보는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벤치에 앉아 호수를 구경했다. 같이 간 조원들이 앞으로 가 발에 물을 담그기도, 또 앉아서 구경하기도 하던데. 그 친구들의 뒷모습과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얼른 친구들 옆에 앉아 함께 흐르는 호수를 감상했다. 호수를 보고자 했던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살고 싶다...)

 

그 날, 숙소 근처에서 커리와 맥주를 마셨다. 많이 피곤했던 터라 아무 말이나 했는데. 조원들이 언니 지금 아무 소리하고 있어요.”하면서도 다들 웃어줘서 나도 같이 웃었다. 끝내주게 행복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함께 기차를 타던 순간도, 녹색 산을 넘어 설산을 구경하던 순간도, 어떻게 하면 사진이 잘 나올지 깃발 앞에서 회의하고 컵라면을 먹던 때도, 또 함께 고요한 호수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시간도, 그리고 컴컴한 밤 별을 구경하며 맥주를 마시던 때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6.

 

다음 날 가게 된 몽트뢰는 또 인터라켄 호수드로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맞은 편 프랑스가 보이는 이곳은 이국적인 정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야자수, 크고 화려한 꽃들, 청색 호수와 불어를 쓰는 사람들. 작디 작은 나라임에도 이렇게 풍경이 확확 바뀌는 게 신기했다.

멋들어진 여행지라고 생각하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씹고 있는데, 다른 조원들이 들어왔다. 자유시간 동안 뭐 할 거냐는 질문에 그냥 호수 따라 걸을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A - “누나, 우리랑 같이 유람선 타요!”

B - “가격도 싸요, 10프랑.”

A - “아냐, 아냐. 11프랑! 11프랑에 싸게 모십니다.”

B - “? , 그치. 11프랑이에요! 누나 11프랑 주면 유람선 태워드릴게요.”

 

..뭔 말이야 이게? 재잘재잘 떠드는 애들 말에 홀린 듯 보다가 우리 조원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가격도 싸고 유람선 타는 것도 좋은 경험이니 그렇게 하잔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니 우리는 유람선 줄을 서고 있었다. 가격은 10프랑.

(* 그래, 1프랑이라도 누나한테 뜯어보고자 했던 아이들의 야망 찬 대화였다. 취리히 야경도 데려가 주더니 이제는 유람선. 얘들아 진짜 고마웠어! 덕분에 좋은 경험 더 많이 했어! *)

 

 


 

 

 

과연 그 결과는?! !!!!! 유람선 안 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어어어엄청 좋았다! 새파란 호수 가로질러가는 흰 배! 그 위에 타 있는 우리! 시원한 바람과 스쳐지나가는 건물들, 때때로 우리에게 인사하는 사람들까지. 너무 좋아서 같이 탄 조워들과 안 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여러 번 대화했다. 그렇게 내려서 아이스크림 하나 산 뒤, 맛있게 먹으며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7.

 

 


 

 

 

같은 조 맏오빠께서 제일 보고 싶으셨던 게 마테호른이었단다. 이번에 마테호른을 못 보면 다시 스위스에 갈 생각도 있다고 하실 정도로. 그 정도로 간절하게 보고 싶었던 게 없었던 나로서는 그 말이 아주 인상깊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테호른 근처에 다다르었을 때, 마테호른에 가고 싶다던 말을 다시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비가..왔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는데?”

오늘 일기예보에서 계속 그랬어, 비온다고.”

ㅌㅇ 형님, 스위스 다시 오셔야겠네.”

 

비가 와서 산 전체가 보이질 않았다. 은색 빗줄기에 젖은 나무들을 구경하는 건 아주 멋있었지만, 누군가의 꼭 보고 싶었던 풍경을 접하지 못 하는 건 아쉬웠다. 삼 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더니 안타깝다, 그래도 우리 피르스트 때도 그렇고 날씨 운이 좋았는데 이번에도 좋지 않을까, 그래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등등 맥주를 마시며 별 기대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 새벽, 가시지 않은 술기운에(이렇게 마시면 안됩니다.) 손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으니 생각도 못 한 사진과 메시지가 있었다. 황금 마테호른! 구름이 걷히고 드러난 마테호른!!

 

기적적으로 비가 그쳤다!!

 

어어어어어어어!!! !!!’하고 좋아하면서 바닥을 기었다.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같이 나가보지 않겠냐는 어제의 술친구 제안에 그러자고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놀리며. 그러다 누가 이미 시간이 지나 황금 마테호른까진 못 본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더니,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황금 마테호른을 보았다. 나는 늦게 일어난 새이니 포기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정신 차리고 나가니 정말 마테호른이 한데 보였다. 계속 비온다는 정보를 접했던 터라, 기대도 하지 못 했던 마테호른을 마주하게 되어 가슴이 벅찼다. 정말이지 우리는 날씨 운이 너무너무 좋았다.

 


 

 


 

 


 

 

열차를 타고 올라가서 걸은 트래킹은, 융프라우와는 또 사뭇 달랐다. 융프라우가 아름답고 눈부시며 포근한 느낌이라면, 여기는 광활하고 차가운 고원 같은 느낌이랄까. 군데군데 있는 양들으 구경하고, 또 이런 추운 곳에서도 피어있는 꽃들을 보기도, 또 마테호른이 비친 호수를 보기도 하며 함께 걸었다. 어느 친구가 가지고 온 스피커에서 나오는 오아시스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흥얼.

 

(* 마테호른 소원 성취 하신 ㅌㅇ님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

 

 

8.

 

스위스에서 밀라노로 넘어가는 날. 슬퍼서 눈물이 다 났다. 다음 생애에는 루체른의 오리가 될 테야, 다음 생에에는 인터라켄 호수의 물고기가 될 거야 등 헛소리를 좀 할 정도로 스위스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서글픈 마음으로 폭스타운에서 쇼핑을 한 뒤, 밀라노로 향했다. 밀라노는 또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도시였다. 밀라노인들도 참 멋있고(강조), 군데군데 보이는 역사적인 유물들이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그 날, 여기 트래블 모두와 함께 앉아 마지막 식사를 했다. 사장님께서 무척 센스 있는 분이시라 케이팝도 틀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셨다. 본인도 첫 여행이라 정신 없었을 텐데도 매사 챙겨주었던 분들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언니 누나 하며 살갑게 대해주었던 동생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 여행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 이번 여행은 어 이렇게 다같이 가는 거! 되게 재밌구나!’를 느끼게 한 경험이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들게 함에는 역시 같이 간 분들 덕택이다.

 

많은 인원 한 명 한 명을 섬세하게 케어해주시던 이혜리 팀장님!!!!!!! 궁금했지만 정신이 없어 찾아보지 못 했던 스위스 역사나 전통 등을 너무 재밌게 알려주셔서 그 때마다 넋 놓고 듣곤 했다. 팀장님께서 워낙에 좋으신 분이라 여행을 아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많은 걸 느끼고, 얻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같은 조원 분들. 귀에 피가 나도록 내가 말하고 다녔지만, 나 정말 조 운이 좋았다. 어리버리한 나를 매번 좌우로 챙겨주고, 먼저 사진 찍어준다 하구, 계속 케어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함께 해서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함께 떠난 분들. 우리 조 사람들과만 친분을 나누게 되려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리 꼈다 저리 꼈다, 친한 척하고 그랬는데. 그때마다 다들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밝게 웃으며 즐거운 여행 시간 보내준 점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렇게 곱씹는데도 웃음부터 나오는 건, 역시 여러분들 덕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