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가 아름다웠지만, 그중 으뜸은 단연 ‘베네치아’입니다. TMI를 말씀드리자면 제 어릴 적 꿈은 ‘영화감독’이었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청받는 상상을 하곤 했죠. 아름다운 여배우와 레드카펫을 밟으며 베네치아를 누비고 싶었습니다. 비록 여배우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여배우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서윤 팀장님, 3-1 조이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함께 걷는 모든 곳이 레드카펫이었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영화였습니다.
베네치아 야경 투어 때 마르코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베네치아는 원래 늪지대였습니다. 로마 제국 몰락으로 외세 침략을 받자 사람들은 베네치아로 피난을 갑니다. 그곳에 나무를 박아서 지반을 튼튼하게 하고, 그 위에 돌을 올려 기반을 세웠습니다. 이후 천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지금의 고래 모양 베네치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베네치아에 정착한 사람과 여행을 떠난 저의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가끔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위안을 생각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실적압박, 상사와의 불화 등 전쟁 같은 생활을 도망쳐 3-1 조이풀에 합류했고요. 덕분에 나쁜 기억을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베네치아 야경을 보며 무언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행 막바지 이서윤 팀장님의 말씀처럼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갑자기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거나, 일상이 다이나믹하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흐르는 대운하를 건널 아카데미아 다리가 생기지도 않았고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산마르코광장 같은 넓은 아량도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보고, 느끼고, 맛보았던 모든 경험은 제 인생을 넓히는 하나의 나무 말뚝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베네치아’입니다. 고된 회사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줬고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넓혀서 멋진 고래 모양으로 만들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교류했던 베네치아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멋진 정혜진이 되겠습니다.
여행 내내 웃으며 이끌어주신 여행 엄마 이서윤 팀장님, 1조 형제·자매님, 그리고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웃어준 3-1 조이풀 가족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투어를 선사해준 마르코 가이드님, 김정희 가이드님, 안전 운전 해준 베스트 드라이버 지미도 감사합니다.
누군가를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 꼭 다시 만나서 이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눠요.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3-1 조이풀 정혜진 올림